"아들, 은행 앱 좀 깔아줘라. 은행 가니깐 이제 창구에서는 송금도 안 해준단다."
얼마 전, 저희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식당의 키오스크, 은행의 모바일 앱, 관공서의 무인 민원 발급기...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해지고 있지만,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점점 더 세상과 단절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격차'라고 부르죠. 🧓📱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Untact)' 서비스가
사회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격차는 노년층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더욱 깊어졌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국민 평균의 70%¹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더 편리한 세상"이라는 구호가,
누군가에게는 "더 불편하고 소외되는 세상"이 되고 있는 셈이죠.
이 '디지털 문맹' 현상이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장벽들을 까칠하게 짚어봅니다.
[디지털 격차, 그들이 마주한 3가지 장벽]
🍔 키오스크 앞에서 작아지는 존엄성
패스트푸드점, 카페, 심지어 병원까지.
이제 키오스크는 우리 삶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화면과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많은 어르신들은 주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뒷사람 눈치가 보여 허둥지둥하다가 엉뚱한 메뉴를 주문하기도 하죠.
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고령층 10명 중 7명은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다²고 합니다.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계 앞에서 헤매는 자신의 모습에 무력감을 느끼고,
사회로부터 뒤처졌다는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존엄성'의 문제입니다.
단지 햄버거 하나 사 먹는 일상적인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자존심이 상하고 위축되는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 모바일 뱅킹에 갇힌 금융 접근권
"창구 이용 시 수수료 3,000원, 모바일 앱 이용 시 수수료 0원."
은행들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오프라인 점포를 급격히 줄이고, 비대면 거래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에게,
모바일 뱅킹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 위험과 정보 유출의 공포가 앞서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결국 더 비싼 수수료를 내거나, 바쁜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죠.
은행의 '비용 절감'이, 고객의 '불편'과 '소외'를 담보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명백한 서비스 접근권의 차별입니다.
🤖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디지털 포용' 정책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에 수백억 원의 예산³을 쏟아붓고 있죠.
하지만 교육 내용은 스마트폰 기본 기능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앱과 기술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제 배운 앱이 오늘 업데이트되면 다시 원점이죠.
민간 기업들은 '혁신'을 외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정부의 '포용' 정책은 그 뒤를 쫓아가기에도 벅찬 상황입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노년층 등
디지털 약자를 고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뒤처진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기술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따뜻함'이자 '책임' 아닐까요?
더 읽어보기
- [아투시티뉴스]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디지털 벽 허무는 'IT 도우미'(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11010004958)
- [정책브리핑] 디지털 배움터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944269)
[르포]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디지털 벽 허무는 ‘IT 도우미’
“이게 맞나, 뭐가 이리 복잡해…에휴, 그냥 물어볼까”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의 한 영화관. 노정순씨(76)는 주름진 손가락으로 키오스크 화면을 조심스럽게 꾹꾹 눌렀다. 화면 속
www.asiatoday.co.kr
"키오스크 주문 어렵지 않아요" 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로 오시면요
키오스크로 적립은 어떻게 하는 거지? 요즈음 이모와 전화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전국적으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이 늘면서, 시골에서도 직접 주문 받는 경우가 - 정책브리핑 | 뉴
www.korea.kr
주석 (Sources)
¹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² 한국소비자원, 2024년 '키오스크 이용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
³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5년 '디지털 포용 사회' 관련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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